을지로3가 80년 노포 조선옥: 시간의 맛이 스민 양념갈비와 대구탕

‘www.youtube.com/embed/A5F4vFNdPgo’
을지로3가 80년 노포 조선옥: 시간의 맛이 스민 양념갈비와 대구탕
서울 도심 한복판, 을지로3가 깊숙한 골목에 숨겨진 보물 같은 곳이 있습니다. 바로 1937년부터 한결같은 맛을 지켜온 조선옥입니다. 일제 강점기부터 갈비를 구워냈다는 이곳은 저희 8순이신 아버님이 38년생이시니, 그야말로 살아있는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낡은 공구 상가들이 즐비한 을지로 골목을 지나다 보면,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됩니다.
을지로3가 골목, 80년 역사의 노포 조선옥
조선옥에 들어서는 순간, 고색창연한 세월의 흔적이 물씬 느껴집니다. 내부는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지만, 오랜 세월이 켜켜이 쌓인 멋은 숨길 수 없습니다. 을지로3가 특유의 낡은 골목 분위기와 어우러져, 아날로그 감성이 충만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어쩌면 우리 아버지 세대가 기계 부품을 구하러 서울에 오셨다가 이 길을 지나셨을 법한, 그런 향수가 묻어나는 곳입니다.
이곳의 명물 중 하나는 바로 60년 동안 갈비를 구워오신 명인 할아버지입니다. 고기를 구우시면서 소스 한 방울을 툭 던지듯 뿌리는 모습에서 수십 년 내공이 느껴집니다. 비록 늘 할아버지가 구워주시는 것은 아니지만, 그 오랜 전통과 손맛이 대를 이어 전해지고 있습니다.
조선옥의 시그니처 메뉴: 양념갈비의 황홀경
조선옥의 대표 메뉴는 단연 양념갈비입니다. 한우 대신 젖소를 사용하지만, 그 품질과 맛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연탄불에 구워져 은은하게 배어나는 불향은 식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양념은 과하지 않고 은은하면서도 고기 본연의 맛을 살려줍니다. 특히 옛날 방식 그대로 기름과 힘줄이 붙어있는 갈비를 뚝뚝 잘라 내어주는데, 요즘처럼 깔끔하게 손질된 갈비와는 다른 투박하지만 깊이 있는 씹는 맛을 선사합니다.
정갈하게 차려지는 밑반찬들도 갈비 맛을 더욱 돋웁니다. 시원하고 깔끔한 동치미, 새콤달콤한 무채, 잘 익은 김치, 그리고 고춧가루와 참기름만으로 무쳐낸 심심한 파무침은 갈비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합니다. 특히 파무침은 고기 향을 해치지 않아 고기 본연의 맛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독특한 이름, 깊은 맛: 조선옥 대구탕
갈비만큼이나 이색적인 메뉴는 바로 대구탕입니다. 흔히 생각하는 생선 대구탕이 아닌, ‘대신 대(代) 차 대구(狗)’를 써서 소고기로 만든 가짜 보신탕, 즉 소고기 보신탕이라고 합니다. 육개장 같으면서도 추어탕 같은 진한 국물은 그야말로 일품입니다. 파에서 우러나오는 단맛과 기름진 고소함, 그리고 은은하게 느껴지는 생강 향이 어우러져 깊고 달짝지근한 맛을 냅니다. 해장에도, 보양에도 좋을 듯한, 조선옥만의 특별한 별미입니다.
갈비와의 환상 궁합: 비빔냉면
조선옥의 마무리는 비빔냉면으로 완성됩니다. 냉면 전문점 못지않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이 비빔냉면은 배, 수육, 오이가 고명으로 올라가고, 달콤 고소한 양념장이 특징입니다. 육수가 거의 없는 비빔냉면이지만, 요청하면 나오는 육수는 깔끔하고 시원하며 마늘 향이 은은하게 감돌아 그 자체로도 훌륭합니다. 면은 메밀 함량이 높아 툭툭 끊기는 옛날식 면발로, 갈비와 함께 싸 먹으면 달콤한 냉면과 육즙 가득한 갈비가 어우러져 최고의 맛을 선사합니다. 특히 맵지 않은 비빔냉면이라 갈비와 조화가 더욱 좋습니다.
맛을 넘어, 추억을 파는 곳
조선옥은 가격대가 다소 높지만, 그만한 가치를 충분히 합니다. 질 좋은 고기와 오랜 세월을 거쳐 완성된 양념, 그리고 전통적인 굽는 방식이 어우러져 최상의 맛을 냅니다. 무엇보다 이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닙니다. 8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스며든 곳입니다. 시골에서 올라온 부모님을 대접하고, 시험 합격을 축하하며 한턱을 쏘던 옛이야기가 벽면에 걸린 창업주 할머니의 사진과 오래된 탁자 하나하나에 묻어나는 듯합니다.
을지로3가 조선옥은 단순히 맛있는 갈비를 넘어, 서울의 역사와 추억을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시간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꼭 한번 방문해 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